항목 ID | GC025E01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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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종현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진호 |
대부도의 최고봉은 섬 중앙부에 있는 해발고도 167.7m의 황금산이다. 이 산을 중심으로 100m 내외의 소규모 구릉성 산지가 북서-남동 방향으로 뻗어 있으며, 이러한 산세의 방향은 탄도에서 시작하여 불도를 거쳐 대부도 북서단의 구봉이[해발고도 96.5m]까지 연결되어 있다.
대부도의 산세는 험하지 않으나 평지의 규모가 크지 않고, 대개 산지의 골짜기를 따라 소규모로 나타나거나 해안 지역의 매립에 의해 형성된 지역이 많다. 섬 안에는 방죽천·뻐꾹천·분지천·영전천 등 비교적 규모가 큰 4개의 하천이 있는데, 이 하천들은 모두 대부도의 최고봉인 황금산에서 발원한다.
대부도의 최고봉답게 예부터 황금산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는데, 그 가운데 나무귀신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아주 먼 옛날 이곳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부인은 남편을 하늘같이 공경하였다. 비록 가난하긴 했지만 부부는 슬하에 세 살짜리 남자 아이까지 두고 단란하게 살았다. 어느 날 남편은 나무를 하러 황금산에 올라갔다. 그날따라 우거진 숲 속이 무시무시한 생각도 들고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았지만 무사히 나무를 한 짐 잘해 가지고 내려가려 할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무엇인가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남편은 있는 힘을 다 해 지탱하려 했으나 역부족으로 쓰러져 버렸다. 게다가 소낙비가 내리고 의식마저 몽롱해져 마침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 후 마을 사람이 남편을 발견해 집으로 데려왔으나, 남편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자리에 누워 신음하였다. 의원을 불러 진맥을 해 보았지만 뚜렷한 병명을 찾지 못했다. 며칠 후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난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 황금산에 올라가 그 나무를 베어 버려.”
“무슨 나무요?”
“혼바위 옆에 있는 상나무[향나무] 말야.”
부인은 그제야 남편이 상나무귀신에 홀렸음을 알았다. 옛날에는 귀신이란 게 도처에 있다가 몸이 허약하고 의지력이 부족한 사람을 홀린다고 생각했다. 결국 남편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남편을 졸지에 잃은 아내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뜻하지 않게 과부가 된 아내는 죽은 남편의 혼을 위로하고자 없는 살림에 살풀이굿을 하였다. 그런데 만신이 열띤 굿판을 벌이다가 독백조로 다음과 같이 쏟아 놓았다.
“나무 탓이야. 상나무 귀신 탓이야!”
그러나 상나무는 마을에서 신성시해 오던 나무였다. 영험이 있는 것은 아니나 상나무 가지를 꺾는 것은 금기로 되어 있었다. 아무튼 무당이 지적하는 것이 상나무여서 아내의 마음이 흔들렸다.
“황금산 귀신이 놀라 당신 서방이 죽게 된 거야. 우선 귀신을 달래야 해.”라며 무당은 남편의 영혼이 안정을 못 찾아 헤매고 있으니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남편을 잃은 아내는 농사지을 땅이 많지 않아서 품을 팔아야 겨우 입에 풀칠을 할 형편이어서 정성을 드릴 엄두를 못 내었다. 어느 날 이웃 집 밭을 매고 돌아와 곤한 잠에 빠져 있던 아내의 꿈속에 남편이 나타나 묻는 것이었다.
“여보, 황금산 상나무 베어 버렸어?”
잠결에 들린 남편의 말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난 아내는 한밤중인데도 세 살짜리 아들을 업고 낫을 들고 황금산으로 올라갔다. 산길은 스산한 바람이 불고 험했다. 아내는 무서움을 참고 언젠간 본 적이 있는 상나무를 간신히 찾아내 낫으로 힘껏 후려쳤다.
그때 갑자기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산을 달려 내려왔다. 비록 남편은 죽었지만 죽은 남편의 한을 풀어 주었다는 기쁨이 무서움조차 잊게 하였다.
그녀는 집에 돌아와 띠를 풀고 등의 어린애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린애의 목이 없어진 것이다.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던 상나무를 잘라 남편의 소원을 풀어 주려다가 결국 자식의 목을 베어 버린 것이다. 그 후 그녀는 그 마을을 떠나 어디론가 갔다고 하는데, 아무도 그 소식을 아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