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014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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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正初十二支- |
영어음역 | Jeongcho Sibijinal |
영어의미역 | The Beginning of January, Twelve Earthly Branche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
집필자 | 김영순 |
[정의]
서울특별시 구로구에서 음력 1월 1일부터 1월 12일까지 행하는 풍속.
[개설]
정초에는 정초 십이지일이라고 해서 정월 초하루[설]부터 12일 동안 일진(日辰)에 따라 12지지(地支) 동물과 관련된 풍속이 있다. 대부분 해당 동물과 관련하여 해서는 안 된다거나 삼가야 한다는 등 금기 사항을 정하여 몸을 조심하였다. 반면에 옛 구로에서는 해당 일의 동물들과 관련된 쥐불놀이, 용알뜨기 등이 행해졌다.
[절차]
정월 첫 상자일(上子日)[쥐날]에는 일을 하지 않고 놀면서 콩을 볶아 먹었다. 콩을 볶을 때에는 쥐가 농가에 해를 주는 동물이므로 “쥐 주둥이 볶자, 쥐 주둥이 볶자.”고 주언(呪言)을 하며 쥐의 피해를 막고자 하였다. 또 이날 방아를 찧으면 그해 쥐가 없어진다고 해서 밤중에 방아를 찧었다. 마을 청년들은 밭이나 논두렁에 쥐불을 놓아 한해의 풍흉과 마을의 길흉(吉凶)을 점치기도 했다.
첫 상축일(上丑日)[소날]에는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특별히 쇠죽에 콩을 넣어 먹였다. 밤, 나물 같은 것도 갖추어 잘 먹이고 소가 먼저 먹는 음식에 따라 연점(年占)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사람들은 도마질이나 방아질을 하지 않았다. 도마질을 하는 것은 쇠고기를 도마에 놓고 난도질하는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삼가 했고, 방아질은 소가 멍에를 메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곡식을 퍼내지 않았는데, 이는 곡식의 대부분이 소가 일해준 덕분에 얻어진 것이므로 소를 위하려면 곡식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첫 상인일(上寅日)[범날]에는 서로 왕래를 삼갔다고 한다. 특히 여자들이 아침 일찍 외부에 출입하는 것을 금하였는데, 이것은 모두 호랑이의 화(禍)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근신하도록 하자는 의미였다. 만일 이날 남의 집에 가서 대소변을 보게 되면 그 집안의 식구 중에 한 사람이 호환을 당하고, 창귀(倀鬼)[먹을 것이 있는 곳으로 범을 인도한다는 나쁜 귀신]가 달라붙는다고 믿기도 했다.
첫 상묘일(上卯日)[토끼날]에는 범날과 같이 여자들이 남의 집에 일찍 출입하는 것을 금하였다. 또 이날 실을 짜거나 옷을 지으면 장수한다고 해서 부녀자들은 옷을 짓거나 베를 짜기도 했다. 특히 명주실을 청색으로 물들여 팔에 감거나 옷고름에 달기도 하였으며, 문돌쩌귀에 매어 놓아 명(命)이 길어지길 바랐다.
첫 상진일(上辰日)[용날]에는 농가의 주부들이 닭이 울 때를 기다려 서로 앞을 다투어 먼저 일어나서 우물물을 길어 왔다. 먼저 뜬 사람이 표시로 지푸라기를 띄워 놓으면 다음 사람은 지푸라기가 없는 다른 우물에 가서 물을 떴다. 이것을 ‘용알뜨기’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용날 전일 밤에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우물 속에 들어가 알을 낳는데, 그 알을 낳은 우물물을 먼저 길어다가 밥을 지으면 일 년 내내 운수가 좋을 뿐더러 그해에 자기 집 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한편 이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용처럼 길어진다고 하여 여자들은 머리를 감아 머리털이 길고 아름다워지길 원했다.
첫 상사일(上巳日)[뱀날]에는 남녀 모두 머리를 빗거나 깎지 않는다. 만일에 그렇게 하면 그 해에 뱀이 집안에 들어와 화를 입게 된다고 한다. 빨래나 바느질도 하지 않으며, 장작개비를 집안에 들여 놓는 일도 금하였다. 그리고 뱀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묵은 새끼줄을 집 마당 구석구석 끌고 다니며 “뱀 친다. 뱀 친다.”고 주언을 하며 돌아다녔다고 한다.
첫 상오일(上午日)[말날]에는 말을 소와 함께 중요한 가축으로 여겼으므로 죽은 말에게는 제사를 지내주고, 살아있는 말에게는 좋은 음식을 주어 위로하였다. 설 안에 장(醬)을 담그지 못한 가정에서는 첫 상오일에 장을 담그면 장맛이 달고 좋다는 습속이 있어 이날에 장을 담그기도 하였다. 이는 장의 원료인 콩이 말이 좋아하는 곡물이라는 점과 이날 담은 장은 말의 핏빛처럼 빛깔이 진하고 맛이 달게 된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날은 길일(吉日)이라 하여 고사도 지냈다고 한다.
첫 상미일(上未日)[양날]에는 양이 온순한 짐승이기 때문에 이날만큼은 무슨 일을 해도 해가 없다고 한다. 다른 정초 십이지일은 주로 해서는 안 된다거나 삼가야 한다는 등 근신하고 조심하는 풍속이 많은데 비해 이날만은 비교적 좋은 날로 여겨서 여러 가지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하는 날로 정해져 있다.
첫 상신일(上申日)[원숭이날]에는 좋은 날이라 해서 일손을 쉬며 놀았다. 특히 이날은 위험한 일을 하지 않고, 칼질을 하면 손을 벤다고 해서 삼가기도 하였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보다 먼저 밖에 나가는 것을 삼갔고, 남자는 비를 들고 부엌의 네 귀를 쓴 후 다시 마당의 네 귀를 쓰는 등 수선을 피웠다.
첫 상유일(上酉日)[닭날]에는 부녀자가 바느질이나 길쌈 같은 일을 하면 손이 닭의 발처럼 보잘 것 없고 흉한 모양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부녀자는 될 수 있는 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가 남의 집에 가면 그해 그 집의 닭이 잘 자라지 않는다고 믿었다. 또 이날에는 장을 담그기도 했다.
첫 상술일(上戌日)[개날]에는 개의 생일이라 하여 개에게 음식을 잘 먹인다. 또한 이날 사람이 일을 하면 개가 텃밭에 가서 해를 준다고 하여 일손을 쉬고 논다. 이날은 풀을 쑤지 않았을 뿐더러 혹 풀이 있더라도 개가 먹지 못하도록 했는데, 그것은 상술일에 개가 풀을 먹으면 즉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콩도 볶지 않았는데, 이것은 가축에게 좋지 않고 개도 잘 자라지 않는다고 믿은 데서 연유한 것이다.
첫 상해일(上亥日)[돼지날]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이날 일을 하면 논둑에 구멍이 나서 물이 빠져 나간다고 한다. 돼지는 곧 복(福)을 뜻하기에 논둑의 물이 나가는 것은 복이 나가는 것과 같다고 믿었다. 그리고 바느질을 하지 않고 머리도 빗지 않는다. 이날 바느질을 하면 손가락이 아리고, 머리를 빗으면 풍(風)이 생긴다고 한다.
[생활민속적 관련사항]
옛 구로에서는 각각의 정초 십이지날에 따른 풍속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정월 초하루가 쥐날이나 소날처럼 털이 있는 짐승이 들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고 하였고, 반대로 털 없는 짐승인 용날이나 뱀날이 들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설날부터 문을 닫고 가게를 열 때에는 날짜를 잡아 반드시 털이 있는 동물들의 날을 택했다. 이것은 털 가진 짐승들의 무성한 솜털처럼 상업의 번창을 바랐던 것으로, 특히 범날을 정해 문을 여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정초에 12일이라는 일정 기간을 정해 삼가하고 조심하였다. 여기에는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새해를 신중히 설계하고 매사에 조심하여 복을 받고 재액을 없애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