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82 |
---|---|
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석유가게를 접은 지 그럭저럭 1년이 지났을 때, 백씨의 남편은 상대원으로 돌아와서 다시 석유가게를 냈다. 원래 남편은 서울 마포 사람이었다. 총각 때 누나(지금의 시누이)를 쫓아 성남으로 왔다. 그리고 상대원 최초의 석유가게였던 대원석유에서 직원으로, 소장으로 일했었다. 총각 때부터 해오던 일이라 우선 시작하기는 쉬웠다.
석유는 전화 장사였기 때문에 고정 고객 확보가 중요했다. 그래서 백씨의 남편은 주변 다섯 곳의 석유가게를 모두 인수해 버렸다. 거래처를 모두 사 들인 것이었다. 의욕과 기대를 갖고 다시 시작은 했지만, 장사는 예전 같지 않았다. 이미 시절이 많이 변해버린 것이었다. 상대원동에는 그 1년 사이에 도시가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었다. 편리한 도시가스를 두고 매번 배달을 시켜야 하는 불편한 석유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상대원공단에서조차 석유를 대규모로 배달시켜 쓰던 호황기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다. 석유가게가 공치는 날이 많아질수록 그녀의 남편은 걷잡을 수 없이 엇나갔다. 그래도 이제는 남편이 마음을 잡고 열심히 살아주는 것이 그녀는 무엇보다 고맙다.
“그래 애기 아빠가 지금은 석유가게를 하면서 택시까진 해요. 그니까 애네 아빠가 지금 47이거든요, 27년 됐을 거예요. 이십 몇 년 됐을 거예요. 여름에는 야간만 뛰었어요 심야 (택시를). 글고 낮에는 석유가게 가서 자면서 배달 들어오면 나가고. 지금은 새벽에 나가요 새벽에 나가갖고, 오늘도 새벽에 4시에 나갔거든요, 저녁 4시까지 하거든요. 그니까 택시 운행 하다가 배달 들어오면 가게 와갖고 배달 가는 거예요. 같이 하는 거죠.
택시를 겸업하기 시작한 것은 한 이삼년 전부터였다. 소위 말하는 투잡이었다. 두 가지 일에 시달리는 남편이 안쓰러워질 때면, 90년대 석유업이 절정이던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때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지금은 좀 더 편안할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백씨는 이래저래 마음이 씁쓸해질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