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교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초이틀에 동제를 지낸다.

동제는 정확하게는 1일에서 2일로 넘어가는 자시(子時)에 지내는데, 이 마을 동제의 유래는 멀리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다고 한다. 5년 전인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작은 산인 할매당산에서 당산제를, 큰 산에 있는 할배당산에서는 산제로 나누어 지냈지만, 최근에는 마을의 주산격인 봉화산 중턱에 마련된 돌제단에서 이웃한 귀산본동과 공동으로 간략하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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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산동 동제 제당

사실 귀산본동과는 예부터 동일한 생활기반을 갖고 있으며, 석교마을의 대부분 전답은 귀산본동에 있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당산할매와 당산할배가 이 마을을 지켜 주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시절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고 현재도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석교마을 제당은 원형의 돌탑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탑 지름은 3m이고, 축은 9자 9치로 정확하게 계산하여 세워져 있다. 또 탑을 중심으로 좌우에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동자석이 있으며, 정(正) 동서남북에 구멍이 있어 서로 빛이 통하게 조성된 특징도 갖고 있다. 귀산동 동제는 석교마을과 귀산본동 사람들 중에서 제관을 선정하여 지냈으나, 제관이 지켜야 할 금기가 많고 엄격해서 10년 전부터 인근의 사찰(불정사)에 맡겨 지내고 있다.

동제에 쓰는 제물로는 생(生) 소머리와 과일 7가지, 해물 등이 사용되는데, 소머리를 제외하고는 바다에서 나는 해삼과 문어·조기·돔 등 각종 해산물이 제물의 대부분인 것이 눈에 뜨인다. 이는 물에서 제를 지낼 때는 뭍[陸]에서 사는 돼지나 소와 같은 동물을 제수로 사용하고, 산에서 지낼 때는 물[水]에서 사는 생선을 제물로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상에는 이들 제물 외에 고무신 세 켤레와 버선과 양말, 옷 등을 올려놓는데, 남자용 한 개와 여자용 두 개이다. 이는 1명의 남신(男神)과 2명의 여신(女神)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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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산동 동제 제물

현재 동제에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가량이며, 아직까지도 마을 사람들은 3일간 정성을 드리며 궂은 일이 있는 사람은 절대 참석하지 못하게 한다. 제의 절차는 불교식과 유교식이 섞여 있으며, 불교의 독경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한다. 동제를 지내는 날 마을의 대표자 3~4명이 제를 주관하는 불정사에 모여 있다가 제의에 참여한다.

제차는 강신(산왕맞이), 진언, 신중경, 산신경, 축원(문), 참신, 삽시정저(揷匙正箸), 철상, 음복, 퇴공(소머리 등 제물을 땅에 묻음)의 순서로 진행된다. 제물과 동제에 소요되는 경비는 귀산본동을 비롯하여 석교마을에서 공동으로 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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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산동 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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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산동 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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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산동 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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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산동 동제 축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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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산동 동제 축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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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산동 동제에 참석한 최 옹

이런 마을 전통이 현재도 지속되는 것은 무엇보다 외부로부터 유입된 인구보다 예부터 이 마을에 터전을 마련하고 살아온 마을 사람들 중심으로 마을이 꾸려지고, 또한 외부에서 이 마을에 정착한 사람들도 이런 마을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부인하고는 제대로 정착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도 해마다 산제를 지내야 마을이 편하고 가정에 복이 들어오며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다는 전통적인 사고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약화된 형식이나마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정보제공자]

정광(남, 1940년생, 귀산동 불정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