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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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봉씨는 막노동 판을 전전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열흘 일하고 나면 돈 받으러 다니는데 보름이 걸릴 정도였다. 아예 못 받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서 한때는 화장품 장수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해 보기도 했다. 400원에 가져다 450원에 팔고 다녔는데 그것도 잘 팔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아내가 임신중독증에 걸렸다. 봉씨는 사정이 급해 고향 어른들한테 거금 1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는 아내와 뱃 속의 쌍둥이 중에서 누군가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절망하고 있을 때, 뚝방 교회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부산 출신의 여의사를 만났다. 그녀의 처방에 따라 식이요법을 하고 몸조리를 잘한 후 아내는 쌍둥이를 낳았다.
그런 시련을 겪고 나서, 봉씨는 뚝방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때 문득 언젠가 뉴스에서 들었던 성남이라는 곳이 생각났다. 그래서 출산 후유증이 심한 아내를 데리고 성남행 버스에 올랐다. 성남 가는 도로가 뚫린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다.
“520번 댕겼잖아요. 그때는 을지로5가에서 520번 출발하면은 한양대학 서고, 그 다음 그 넘어 서고, 저 화양리 서고, 그 다음에는 잠실 거기는 전부 자갈밭이에요, 석촌호수도 전부 자갈밭이고, 평화촌이라고 거기 한 번 서고, 수진고개 섰어요. 수진고개 경로당 앞에 그쪽에 한 번 서고, 45분 50분밖에 안 걸렸거든. 그래가 그 놈을 타고 상대원고개 마루 낯선데 왔는데, 눈이 하얗게 왔어요. 여보 우리 개척자 정신으로 기분 좋게 집사러 한번 가보자. 이래가 둘이 내려가지고 훑어가지고 산 것이 루핑집인데 5만원 주고 샀어요.”
대지 20평에 벽채는 블록으로 쌓고 지붕은 시커먼 루핑으로 덮은 집이었다. 루핑은 슬레이트가 나오기 전에 사용되던 지붕재료인데, 보통 아스팔트 가공을 한 물막이 천이었다. 한 옆에 구덩이를 파고 대충 얽어 놓았고, 뒷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