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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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봉씨는 보통 오전 9시에 가게 문을 연다. 그 시간에 아내는 집안일을 해결하고 좀 늦게 가게로 나온다. 벌써 오래된 생활 규칙이지만, 요즘은 낮 동안에 낮잠 자는 일이 많아졌다. 한참 바쁠 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가 내려오면 둘이 밥 먹고 낮에는 낮잠 자야지. 왜냐하면 손님 없으니까. 혼자 있을 때는 혼자 자버리는 거야. 손님 없으니까. 그러면 이제 한 사람은 보초 서고 한 사람은 자고. 둘이 이러고 있어야 돼. 볼 일 있으면 집에 가서 빨래하고 뭐 하고 오너라. 또 안 그러면 내가 이발하고 오께. 저녁 되면 5시나 6시나 옛날 같으면 정신도 못 차릴 때, 여보 내가 올라가께, 올라가서 쉬어, 그럼 혼자 있잖아. 손님 없으면 할 수 없이 텔레비전 보다가 한숨 푹 자고 나면 한 8시나 돼버려.”
이발소라든지, 수예점 같이 손기술이 필요한 가게는 지금도 장사가 그럭저럭 되는 편이다. 하지만 봉씨의 가게는 자꾸 적자가 늘고 있다. 손님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는 가게를 접고 아파트 경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내도 그런 말을 가끔 비친다.
그래도 봉씨는 장사를 계속 하고 싶다. 체력도 아직은 괜찮고 마음도 젊다. 그래서 희망을 저버릴 수 없다. 그의 한 평생을 온전히 버텨준 상대원시장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