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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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어떤 할머니들은 전혀 거동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까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할머니들 대소변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아무리 봉사가 좋다고 한들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너무 역겹기까지 했다. 그래도 할머니들의 삶의 자리를 휘 둘러보면 생겨나는 짠한 마음이 그녀를 그냥 돌아서지 못하게 했다.
귀가 안 들리는 할머니하고 장애를 갖고 있는 딸이 같이 사는 집도 있었다. 할머니가 딸을 돌보아야 하는 건지, 딸이 할머니를 보살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딱했다. 할머니와 딸은 실낱같은 희망도 없는 곤궁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마저 할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오래 가지 못하게 되었다. 할머니를 관련 복지시설에 입소를 시켜드려야 했다. 딸은 출입이 곤란한 만큼 장애가 심했지만 집에 혼자 남겨졌다.
어느 날 백씨가 반찬을 갖다 주러 남겨진 딸에게 들렀을 때, 딸은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다. 영문을 알고 봤더니 달랠 수 없는 외로움 때문이었다. 말벗 하나 남지 않은 자신의 신세가 한스러웠다.
그렇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소외된 사람들, 하나하나의 사연마다 베여있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슬픔이 백씨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백씨는 그런 사연에서 자신을 지탱하는 힘을 찾아냈다.
“주변에서는 그러더라구요. 니네 집 넘어갈 정도고 신랑이 그렇게 힘든데, 무슨 나보고 사치스럽게 봉사를 하고 다닌다고 엄청 괄시를. 그게 굉장히 심했어요. 나보고 남편조차도 그랬으니깐요. 그거는 나중에 편할 때나 봉사를 하는 거지. 나보고 배가 덜 고팠다느니 옆에서 그러더라구요. 근데 저는 너무 감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