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지역 언어의 문법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6300062
한자 居昌 地域 言語- 文法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경상남도 거창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정대

[정의]

경상남도 거창군 지역에서 쓰이는 말 가운데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문법적 현상의 특성.

[개설]

거창 지역어의 문법적 특성은 경상남도 전 지역의 그것과 동일한 것이 상당히 많다. 문법의 차이는 어휘 차이보다는 훨씬 적고, 음운 차이보다도 적은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거창 지역어 특유의 문법 현상]

거창 지역을 포함한 함양·하동·남해·사천 등은 2인칭 대명사 ‘너’의 쓰임에서 특이한 데가 있다. 경상남도의 다른 대부분 지역에서는 ‘니’로 쓰이는데, 이들 지역에서는 ‘네’로 쓰이기 때문이다. 거창과 인접한 경상북도 김천·성주와 경상남도 합천도 ‘니’, 전라북도 무주나 장수는 ‘너’인 점에 비추어 보면, 이 ‘네’의 형태는 매우 특이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거창 지역에서는 ‘네’가 많이 쓰이지만, ‘너’가 쓰이기도 한다.

유음 ‘ㄹ’이나 모음으로 끝난 체언 뒤에 오는 목적격 조사는 경남 방언에서 독특하게 실현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표준어 ‘물을[水], 코를[鼻]’은 다수의 경남 지역에서 각각 ‘물로, 코로’처럼 목적격 조사가 ‘로’로 실현된다. 그런데 거창 지역어는 이 경우에 표준어처럼 ‘물을, 코를’로 실현되어 여느 경남 방언과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이것은 표준어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인근 지역어들의 영향 때문으로 보이는데, 경북의 김천이나 성주, 전북의 무주 등에서는 모두 ‘물을, 코를’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함양 지역어에서도 발견된다.

표준어 ‘-라고 한다’는 경남에서 ‘칸다’와 ‘쿤다’로 대별되고, 하동 지역어에서는 ‘헌다’로 실현된다. 낙동강 본류를 중심으로 해 볼 때, 대체로 그 동쪽인 동부 경남에서는 ‘칸다’가, 그 서쪽인 서부 경남에서는 ‘쿤다’가 쓰인다. 그런데 서부 경남에 드는 거창은 ‘칸다’가 쓰이고 있어 특이한데, 이것은 경북 방언의 영향인 것으로 추측된다.

조건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으면’이 거창 지역어에서 ‘-으만’으로 실현되는 것은 거창 지역어만의 특색으로 잡아도 잘못이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비가 오면’은 ‘비가 오만’으로, ‘비가 오려고 하면’은 ‘비가 올라 카만’으로 실현된다. “이제 집에 갈까 보다.”와 같은 데 쓰이는 보조 형용사 ‘보다’가 거창 지역어에서 ‘부다’로 쓰이는 점도 특이하다. ‘공부를 하거나 말거나’의 ‘-거나’는 ‘공부를 하기나 말기나’처럼 ‘-기나’로 실현되고, ‘철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듯이’의 ‘-듯이’는 ‘-득기’로 실현되어 차이를 보인다. 표준어 ‘나와 너’에 쓰인 접속 조사 ‘와’가 경남 방언에서 실현되는 양상은 다양하다. ‘와’는 쓰이지 않고, ‘하고/허고, 캉, 랑’이 지역에 따라 구별되어 쓰이는데, 거창은 산청·합천·창녕 등과 함께 ‘랑’이 선호되는 지역에 든다. ‘나랑 너, 나랑 네’ 참조.

[여느 경남 방언과 공통적인 문법 현상]

그러나 거창 지역어 문법 현상은 여느 경남 방언 문법 현상과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것이 많지 않다. 그리하여 “집에 가나?”와 “오데 가노?(어디 가니?)”에서 보이는 ‘-나’와 ‘-노’의 대립, “이거는 책(이)가?(이것은 책이니?)”와 “이거는 니 책(이)고?(이것은 누구의 책이니?)”에서 보이는 ‘(-)가’와 ‘(-)고’의 대립이 있는 것은 전형적인 경남 방언다운 특성이다. 서술어가 용언으로 끝나면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문법 형태는 ‘ㄴ’계가, 체언으로 끝나면 ‘ㄱ’계가 선택되고, 의문문에 의문사(WH)가 없으면 ‘ㅏ’계가, 의문사가 있으면 ‘ㅗ’계가 선택되어, ‘-나, -노, (-)가, (-)고’라는 네 개의 문법 요소가 매우 질서 정연하게 실현되는 것이다.

피동과 사동의 문제도 여느 경남 방언과 그 궤를 같이한다. 접미사에 의한 피·사동의 경우는, 사동형은 접미사 앞 음절에 고조가, 피동형은 접미사 자리에 고중조라는 하강조 성조가 얹힌다. 그리하여 ‘닦다’의 사동형은 ‘땎이다[고중저]’가 되고, 피동형은 ‘땎이이다[중고중저]’가 된다. ‘울리다-울리이다, 업히다-업히이다, 앤기다-앤기이다(안기다), 보이다-보이이다’ 등은 모두 이런 성조 차이에 의해 사동형과 피동형이 구별되는 대표적인 예들이다. 접미사 피동형일 경우, 접미사 자리에 하강조 성조가 실현된다는 점은 경남 방언의 보편적인 것인데, 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거창 지역어도 이 점에도 보편적인 경남 방언 실현 방법을 따르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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