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40081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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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正初 風俗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대구광역시 달성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재영 |
[정의]
대구광역시 달성 지역에서 정초에 행하는 생활 풍습.
[개설]
정초 풍속은 한 해를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기원과 금기를 담은 의례적인 생활 양식이다. 이로 인해 정초에는 기복(祈福)과 기풍(祈豊)에 관련된 다양한 풍속이 행해지는데, 여기에는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중의 하나가 십이지일(十二支日)이다. 정월 초하루부터 12일 동안 일진(日辰)에 따른 각 날을 상일(上日)로 하였다. 대개 12일을 털 있는 동물인 유모일(有毛日)과 털 없는 동물인 무모일(無毛日)로 나누고, 그해 첫날이 유모일인 때에는 오곡이 잘 익어 풍년이 든다고 여겼고, 무모일인 때에는 흉년이 든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운수와 사주 보기, 엄나무 걸기, 삼재막이 등이 있다.
[정초 십이지일]
정초 십이지일은 정월 초하루부터 열이틀까지를 이르는 말로, 십이지(十二支)에 해당하는 열두 동물들의 날을 말한다. 이를 가리켜 '짐승날'이라고도 한다. 각각의 첫 십이지일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각종 행사와 특별한 금기가 있다. 이는 한 해의 시작 시점에서 새해를 위하여 특별히 염원하고 근신한다는 의미이다. 기풍과 점복으로 풍년을 염원하고, 복을 받고 액을 없애고자 하는 민간의 간절함이 숨어 있는 풍속이다.
상자일(上子日) 첫 쥐날에는 쥐를 퇴치하는 행사를 한다. 쥐는 농가에 피해를 주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쥐날에 하는 행사로는 논두렁과 밭두렁 태우기, 즉 쥐불놀이를 한다. 논두렁과 밭두렁에 불을 놓고 "쥐불이야! 쥐불이야!" 혹은 "쥐 볶는다! 쥐 볶는다!" 하고 소리를 지른다. 이날에는 길쌈이나 바느질, 구멍 뚫는 일을 하지 않으며, 빈 방아를 찧고, 밀·보리·콩 같은 것을 볶아 먹는다. 특히 쥐날에 바느질을 하면 생손을 앓는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상축일(上丑日) 첫 소날에는 '연장을 쓰면 소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하여 연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날에는 바느질조차 하지 않는다. 구지면 응암 3리에서는 소가 농사일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재산이기 때문에 소가 다칠세라 쇠로 만든 칼 등의 연장이나 농기구를 사용하지 않으며, 작두로 여물을 썰지 않고 필요한 여물은 그 전날 준비해 둔다.
상인일(上寅日) 첫 호랑이날에는 남의 집에 가서 대소변을 보면 호환을 당하므로 금지한다. 이날은 일을 하지 않고 잘 놀아야 일 년 내내 건강하다고 믿는다.
상묘일(上卯日) 첫 토끼날에 여자가 남의 집에 일찍 가면 재수 없다고 하여 여자들은 외출을 삼간다. 유가읍 금리 와운동 마을에서는 토끼날에 동쪽 보고 소변을 보거나 남의 집에 가는 것은 재수 없다고 하여 금한다. 남자들이 남의 집 대문뿐만 아니라 남의 집 솥뚜껑이라도 열어 주면 좋다고 하여 솥뚜껑을 열어 주기도 한다.
상진일(上辰日) 첫 용날에는 용알뜨기를 한다. 이날은 새벽에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물에 알을 품고 가는데, 이 우물물을 제일 먼저 떠다 밥을 지으면 운이 좋고 농사가 풍년이 든다 하여 부녀자들이 첫닭이 울 때를 기다렸다가 앞다투어 물을 길어 온다. 유가읍 유곡 2리 외동 마을과 옥포읍 강림리에서는 이날 칼질을 하지 않으며, 머리를 빗고 콩을 볶아 먹으면 곡식에 좀이 썰지 않는다고 한다.
상사일(上巳日) 첫 뱀날은 불길한 날로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이날에 머리를 감으면 뱀이 집에 들어온다고 하여 머리를 감지 않는다. 뱀날에는 뱀이 들어오지 말라고 새끼를 왼쪽으로 꼬고 머리를 빗어 나온 머리카락을 뭉쳐서 끝을 태운 뒤 그것을 담구멍에 놓고 함께 태운다. 이러면 노린내가 나서 뱀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막대기에 끈을 매어 "뱀 쫓자, 뱀 쫓자"라고 하면서 집안을 돌아다닌다. 머리카락을 불태워 집안에 냄새를 풍기면서 "뱀 치자!" 하고 소리치면 그해 뱀이 없어진다고 한다. 뱀날에는 장을 담그지 않는다.
상오일(上午日) 첫 말날에는 장을 담근다. 설 안에 장을 담그지 못한 가정에서는 이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하여 장을 담근다. 상미일(上未日) 첫 양날은 무슨 일을 해도 좋은 날이다. 양이 순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상신일(上申日) 첫 원숭이날은 사람날이라고도 한다. 이날은 귀신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외출을 삼간다. 상유일(上酉日) 첫 닭날은 부녀자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논다. 특히 바느질을 하면 손이 닭발처럼 된다고 믿는다. 상술일(上戌日) 첫 개날에는 광견병을 예방하기 위해 개밥을 볶아 주고, 개에게 해를 주지 않기 위해 칼질을 하지 않는다. 상해일(上亥日) 첫 돼지날은 팥가루에 세수하면 희어진다고 한다. 돼지의 빛깔이 검으므로 반대로 그 뜻을 취한 것이다.
[운수와 사주 보기]
정초에는 『토정비결(土亭秘訣)』이라는 책을 통해 한 해의 운수를 알아보기도 한다. 새해가 되면 1년간의 길흉 운세를 보는 풍습은 예전부터 있었다. 가족들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아보고, 이를 판단하여 경계하고 예방하기 위함이라 한다. 가족 구성원의 1년 동안의 악운과 대운, 재물운 등을 『토정비결』과 사주를 통해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통 마을에는 한문을 익혀『토정비결』이나 사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한둘 있어서 재미 삼아 보기도 하고, 정초에 현풍장이나 유가장에 가면 돈을 받고 신수를 봐 주는 사람들이 있어 보기도 하였다. 가족 중에 악운이 있다고 하면 그것을 예방하는 방법도 알려 달라고 부탁해서 한 해 동안 조심한다고 한다.
[엄나무 걸기와 삼재막이]
엄나무 걸기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잡귀 잡신이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주술적인 목적으로 대문간이나 현관 등에 엄나무를 걸어 두는 풍속이다. 정초에 가시가 많이 나 있는 엄나무를 대문 위에 걸어 두면 일 년 동안 잡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는다. 엄나무 가시는 악귀를 쫓고 복을 부르는 주술적 물건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엄나무는 옆으로 가지런히 하여 묶어 달기도 하고, 가지에 달린 가시가 이러저리 사방으로 향하도록 달기도 한다.
삼재막이는 정초에 삼재(三災)를 면하기 위해 머리가 셋 달린 매나 호랑이를 그려 문 위에 붙이거나, 절에서 불공을 드리거나,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풍습이다. 삼재는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 또는 병난(兵難), 역질(疫疾), 기근(饑饉) 등 세 가지의 재난을 말하는 것으로, 12간지(干支)로 따져서 9년에 한 번씩 3년 동안 액운이 들어온다고 믿어지고 있다. 새해들어 집안에 삼재가 든 사람이 있으면 절에 속옷을 들고 가서 태우는데, 이렇게 하면 삼재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